은하수 다락방

Case_05 2 긴 여행을 마치고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. 눈부신 빛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초점을 잡는 사이에 사람 그림자가 불쑥 다가왔다. 고개를 돌려 그 얼굴을 바라보고 버석버석한 입술을 움직여 메마른 목소리로 음성을 자아낸다. "…민규, 야." "형 몸은 좀 어때? 나 어떻게 보여? 이상한 데는 없어?"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민규를 ...

Case_05 1 붉다. 온몸에 튄 기분 나쁜 피도. 눈앞에 있는 바닥도. 배두훈의 달아오른 목도. 그리고 누나의 온몸도. 쨍그랑. 손에서 떨어진 식칼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. 주춤주춤 몸을 돌린 누나가 방황하는 민규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똑바로 마주 본다. "…민, 규야." "…누, 나." "잘 들어….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. 절대 약한...

Case_04 5 '안 돌아올 거면 차라리 죽어!' 그날, 지친 강형호는 죽으려고 했다. '죽으라고!' 하지만 커튼 너머에 있는 동생의 공포에 질린 눈동자를 무시할 수 없어서, '악!' 여기저기 맞아서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 반항을 했다.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사람은 죽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. '그래도 넌 지켜냈어.' 뿌듯했다. 하지만 동...

Case_04 4 툭, 하고 발치에 뭔가 채여서 짧게 구르는 소리가 난다.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친 우림이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내려다보니 아까 떨어진 문고리가 보였다. 16년 전에 저 문고리를 열었다가 봐선 안 될 것을 보고 말았고 그 뒤로 기나긴 기다림과 남들과 다른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.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. 더 이상 은신처...

Case_04 3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. 왠지 모르게 기분이 싸한 날. 당직이었던 김 경위의 그날은 평범하게 시작되었다. 밀린 서류 업무를 해치우고 진행 중인 사건의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. 지구대에 신고가 들어와서 어떤 여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. 정신착란 상태인 것 같으니 지문으로 신원을 조회...

Case_04 2 16년 만에 만나면 보통 무슨 말을 할까. 고우림은 문 앞에 서서 좀처럼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. 16년이다.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다니면 졸업할 만큼 긴 세월이다. 10살이었던 강우림은 어느덧 26살 고우림이 되었다. 게다가 형호 형은, 아니 형호 형의 고스트는 지금 다른 사람 몸 속에 있다. 16년 전의 기억에 머...